유부녀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7부 7장 재무설계무작정따라하기

조순옥 0 680 2017.08.13 01:43

- 7 -
천호는 그 말을 하고 중훈을 쳐다보았지만, 중훈은 대답이 없다. 천호는 몸을 돌려 링 밖으로 나가려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주위의 웅성거림으로 인해 멈춰졌다.

“저, 저런…….”

“저, 저 자식 일어서는 거야?”

천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중훈이 양손을 바닥에 짚고서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천호는 몸을 돌려 중훈에게 재차 말했다.

“그냥 누워 있으라니까?”

“너, 그 이름…… 누구에게 들은 거야?”

중훈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천호는 별로 상관이 없지 않냐 는 식으로 대답했다.

“어제 어떤 여자가 말해주더군. 뭐 내가 지게 될 것 같으면 쓰라나? 하지만, 보다시피 난 그런 것 없이도 널 이겼지.”

“아직 날 이겼다고 말하기엔 좀 이른 것 같은데? 난 아직 힘이 남았거든?”

중훈은 이제 완전하게 서 있는 자세였다.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먹으로 두어 번씩 쳐서 자신을 추슬렀다. 그의 표정이 예의 비웃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넌 내 상대가 아니야! 결과는 뻔하니 난 가련다.”

천호는 중훈을 무시하고 다시 몸을 돌렸다.

“거기 서!”

“새끼~~! 고집은 아무데서나 피우는 건 지 알아?”

천호는 링 줄을 들어 몸을 숙였다.

“거기 서라고 했어!!”

고함을 지르던 중훈이 언제 거기까지 달려간 것인지 주먹이 천호의 옆구리에 꽂혀 있었다.

“이런 씨부럴 놈이……?”

천호는 화가 난 듯 보지도 않고 주먹을 뒤로 휘둘렀다. 중훈은 몸을 숙여 그것을 피하고 다시 거리를 두었다.

“야, 강중훈! 그만 두지 못해!”

관장이었다.

“넌 졌어. 여기까지만 해라. 더 이상은 나도 봐줄 수가 없다.”

“관장님…….”

중훈은 관장이 자신을 막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환의 이름까지 들은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힐 수 없었다. 그는 관장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관장님,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더 하게 해주세요?”

“됐어. 내가 봐도 넌 저 친구를 이길 수 없어. 그리고 자네, 천호라고 했나? 어른인 나를 봐서 좀 참아주게.”

천호도 관장의 걱정 섞인 표정을 보더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천호는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중훈의 주먹은 다시 녀석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천호는 뒤에서 중훈의 옷자락 소리를 미리 들은 듯 손을 휘둘러 중훈의 주먹을 쳐냈다. 중훈의 주먹은 천호의 손을 피해 회수되고 있었고, 대신 녀석의 발이 천호의 엉덩이를 향했다.

“퍽~!”

중훈의 발은 천호의 미저골(꼬리뼈)에 닿아 있었다. 천호의 눈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가득했다. 그는 천천히 링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이 썅놈시키가 어른 앞이라고 봐줬더니 끝까지 기어오르네?”

천호가 중훈을 따라가는 것을 본 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중훈, 그만 두라고 했어? 천호, 자네도 참아!”

“관장님, 나중에 꾸중하시더라도 달게 받을게요. 지금은 관장님이 뭐라 하셔도 안 될 것 같아요.”

중훈은 천호의 주먹을 피하면서 소리쳤다. 관장은 대형사고가 터질 것 같다는 예감을 벗어낼 수가 없었다. 그는 다급한 마음에 링으로 올라갔다.

“어어~~!”

“쿠웅~~!!”

관장은 바닥에 떨어진 채로 링 위를 올려다보았다.

“관장님 죄송해요.”

중훈이 관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관장이 몸소 링에 오르려던 것을 중훈이 몸을 부딪쳐 바닥으로 밀어낸 것이다.

“이런 개자식! 니 맘대로 해!”

관장의 욕을 들은 중훈은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체육관의 인물들도 이제껏 관장이 욕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는 듯 주위는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관장은 이제껏 잘 참아오던 욕지거리를 뱉고서 중훈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그는 중훈의 눈빛에서 자신의 철없던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관대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젠장……, 나도 나이가 든 건가?’

관장은 조용히 철호를 불렀다.

“철호야, 위험할지도 모르니 니가 대기하고 있거라. 여기서 천호란 저 녀석을 막을 녀석은 너밖에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언제든지 병원에 연락할 준비를 해둬. 이제 나도 그것 말고는 해 볼만한 게 없구나.”

“예, 관장님.”

라이트헤비급의 철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는 관장이 다시 링 위의 상황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자신도 고개를 들어 상황을 주시했다. 하얀 캔버스 위에서는 골리앗에게 도전하는 무모해보이기만하는 다윗이 선전을 벌이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 곁으로 다가온 원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형, 정말 괜찮을까요? 중훈이 녀석 방금도 크게 맞았는데 어쩌죠?”

“그것도 그거지만, 내가 저 무식한 놈을 막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

원모도 무지막지한 천호를 보며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중훈은 아까의 상세는 벗어난 것으로 보였다. 천호와 두 번째 격돌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춤하던 스텝이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중훈은 천호의 공격을 블록할 생각은 이미 없애버린 듯 가드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가능하면 상대의 공격을 피했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양손으로 날아드는 주먹이나 발을 안고 뒤로 날아가 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하면 이차적인 천호의 공격을 멀찍이 물러서면서 피할 수 있기도 했고, 천호가 다가서는 동안 다른 공격을 준비할 수 있기도 했다. 물론 천호의 괴력 때문에 로프나 코너에 던져지는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에는 로프를 잡고 버티거나 아예 링 포스트 위로 올라가 천호를 피해 달아나버렸다. 어떻게 보면 약간 치졸한 방법이기도 했으나 현시점에서는 그것만이 그나마 기회를 노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코너에 몰리게 되면 중훈은 아까와 같은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중훈은 그러면서도 천호의 공격점에 반격을 개시했다. 중훈도 천호의 하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복부 공격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주먹이 맞닿은 천호의 복근에 철벽에 주먹을 지르는 것 같았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해보고는 복부 공격은 그만 두었다. 그는 아까처럼 옆구리나 겨드랑이, 그리고 허벅지 이 세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옆구리는 복부 중에서도 가장 단련이 어려운 부분이다. 천호의 옆구리는 상당한 강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마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중훈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그리고 겨드랑이는 인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다. 근육의 두께가 얇은 것은 팔이 있기 때문이지만, 겨드랑이 바로 안쪽은 간이나 위장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에 가장 기본이 되는 심장과 폐가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중훈이 이곳을 공격하는 것은 천호의 신체기관에 피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차피 천호의 발달된 육체는 중훈의 돌덩이 같은 주먹질에도 거의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그도 일찌감치 그것에 대한 미련은 버렸었다. 다만 그가 바라는 것은 천호의 주먹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겨드랑이에 붙은 얼마 안 되는 근육에 피해를 주면 주먹을 뻗는 강도가 약해진다는 것은 권투선수로서나 무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허벅지를 공격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였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인체에서 가장 굵은 허벅지 근육이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어른 남자도 유치원 꼬마에게 제대로 밟히면 몇 분 동안 일어나지도 못하는 것이 허벅지다.
중훈은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주먹은 이제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천호의 겨드랑이나 옆구리를 공격할 때는 다행이지만, 허벅지를 칠 때에는 진짜 죽을 맛이었다. 천호는 무술을 배우는 사람들처럼 허리의 반동과 무릎의 탄력을 이용해 휘감아 차거나 찍어 차는 스타일이 아니다. 진짜 말 그대로 힘으로만 차는 것이다. 호걸처럼 발을 주로 쓰는 상대들은 주먹으로 허벅지를 내려찍으면 그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한 쪽 발을 든 채로 깨금발로 폴짝폴짝 뛰는 것이 보통이다. 발을 올릴 때는 허벅지의 대퇴근을 이용하지만, 그 다음은 몸의 탄력이기 때문에 대퇴근이 크게 사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먹으로 지르면 근육이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아 무력해진다. 하지만, 천호는 순전하게 힘으로만 조지는 스타일……. 중훈에게 발이 날아들 때까지 허벅지가 마보(馬步 : 양발을 어깨 넓이 두 배 정도로 벌리고 무릎을 구부리는 자세로 동양무술에서 하체를 단련하기 위해 많이 쓰인다.)를 하는 사람들처럼 딱딱한 것이다.
중훈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천호의 허벅지에 다시 한 번 주먹을 내지르고는 풀쩍 뛰어 뒤로 도망갔다. 재빨리 자신을 쫒아온 천호의 겨드랑이와 옆구리에 세 번의 연타를 가하고 다시 링 중앙으로 몸을 피하는 중훈은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때 윤정은 수환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몇 초 전에 호걸의 연락을 받은 것이다. 수환은 방금 전 중훈을 보내고 아직까지 대문 바로 옆에서 울고 있었다. 초인종 소리를 들은 그녀는 대문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윤정이 서 있는 것을 본 그녀는 문을 열었다.

“니가 여기 왠일이야?”

“얘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음 어떻게 해?”

“무슨 말이야?”

“중훈이가 방금 크게 다쳤단 말이야!”

“무슨 소리야? 방금까지 나하고 있었는데……?”

“이 바보! 오늘 중훈이가 싸운다는 말 못 들었어? 나도 좀 전에 연락받고 온 거라구!”

“아니야. 1시간 전만해도 나 바래다주고 간 걸?”

“얘가, 얘가? 아직 상황 파악 안 돼? 너 바래다주고 체육관에 싸우러 갔다니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얼른 가자!”

윤정은 못미더워하는 수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때 윤정의 삐삐가 다시 울렸다. 거기엔 현성의 삐삐번호와 119라는 숫자가 더해져 찍혀있었다. 윤정은 수환에게 그것을 보여주며 재차 말했다.

“이거 봐. 이거 현성이 번호란 말이야! 이제 믿어져?”

수환도 현성의 번호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이 치켜떠지며 말했다.

“어디야? 빨리 가!”

윤정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현성의 번호가 찍힌 것은 사육신 놈들이 현성을 잡았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수환을 속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지는 자신도 몰랐던 것이다. 그녀들이 골목을 꺾자 오토바이를 탄 두 녀석이 보였다.

“수환아, 어서 타! 중훈이 친구들이야. 이게 빠를 것 같아서 나도 이걸 타고 왔어.”

윤정이 한 녀석의 오토바이에 오르자 수환도 처음이라 무서웠지만, 중훈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는 못했다. 수환이 올라타자 윤정은 녀석들을 재촉해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

두 번째 격돌이 있고부터 5분이 넘게 유효타를 한 번도 제대로 먹이지 못한 천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도 요리조리 몸을 피하며 자신을 약 올리는 중훈에게 열이 받아 있었던 것이다. 천호도 싸움판에서 뼈가 굵은 몸. 그도 생각을 바꿨다. 아무리 천하의 천호라지만 중훈의 산발적인 공세에 주먹질이나 발길질에 힘이 부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중훈의 주먹은 완빤찌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의 강펀치……. 천호는 자신이 몇 번 더 펀치를 뻗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았다. 대충 계산이 끝나자 천호는 이제껏 직선적인 발차기나 옆으로 크게 휘두르는 발길질은 그만두고 아래에서 위로 중훈을 걷어찼다. 공격방향을 수평에서 수직으로 바꾼 것이다. 자신의 덩치의 반밖에 안 되는 중훈을 따라잡기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중훈의 발을 묶으려면 공중으로 띄우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천호였다. 1회전 때의 기억을 살렸으면 벌써 그 방식을 썼을 그였지만, 자신의 펀치에 직격당한 중훈이 재차 공격을 해오자 화가 난 상태에서 그 간단한 논리를 잊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나았다.
중훈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비웃는 표정이 지어졌다. 그는 천호의 발을 두 손으로 잡으며 몸을 띄웠다. 그가 천호라는 거대한 바위를 작은 손 망치 하나로 깨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완빤찌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큰 바위덩이를 망치질 한 번으로 부순다는 것은 망치가 바위만큼 커야지 만이 가능한 일이다. 보통의 석공들은 큰 바위를 쪼갤 때 쪼갤 선을 따라 작은 정을 촘촘히 박아 넣는다. 정으로 벌어진 틈으로 다시 다른 정으로, 그런 수차례의 작업이 끝나야지만 마지막 망치질 한 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천호는 이제 틈이 벌여져 중훈의 마지막 망치질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러나 중훈은 ‘아직’이라고 생각했다. 중훈의 몸이 바닥에서 1m 이상 떠올랐다. 천호의 힘에다 자신의 힘을 더해 몸을 띄운 것이다. 천호는 중훈이 떨어지기 전에 마지막 힘을 실은 일격을 가했다. 중훈은 천호의 주먹을 몸을 비틀어 피하고는 천호의 양 귀를 잡았다. 그는 내려오던 힘에 팔 힘을 더해 천호의 이마를 들이받았다. 약간 머리가 띵한 중훈이었지만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다시 몸을 날렸다. 그가 생각한 망치질을 위한 사전준비가 끝이 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잠시라도 천호가 쉴 틈을 줄 수가 없었다. 천호가 머리를 잡고 비틀거리는 사이 중훈이 천호의 가슴 앞에 날아들고 있었다. 중훈의 마지막 망치질은 주먹이 아니라 팔꿈치였다. 어차피 자신의 주먹은 타격점을 제대로 맞출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자신의 전 체중을 실을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뼈 중에서도 가장 살상력이 높다는 것이 팔꿈치였었다.(실제로 이종격투기에서도 팔꿈치 공격을 금할 정도로 팔꿈치의 파괴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오른쪽 어깨를 크게 휘두르면서 왼손으로는 오른손을 잡아당기는 방법으로 속도를 가중시킨 중훈의 팔꿈치가 천호의 템플(Temple : 관자놀이)에 정확히 들어갔다. 천호가 뒤로 비틀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바닥으로 주저앉을 듯이 무릎을 낮추어 손을 피한 중훈은 점프를 하며 천호의 턱을 들이받는 것으로 망치질을 마무리했다.
중훈은 자신의 공격이 끝나자 멀찌감치 뒤로 물러섰다. 천호는 다시 팔을 휘두르고는 중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그의 반 쯤 감긴 눈 사이로 중훈이 다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팔을 들어 가드를 하려 했지만, 팔이 올라오지 않았다. 사실 그가 중훈을 공중으로 차올리고 뻗은 주먹도 겨드랑이의 데미지 때문에 속도가 상당히 줄어있었던 탓에 중훈이 피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팔이 움직여지지 않음을 알자 비참한 심정이 되었다. 중훈의 두 발이 얼굴을 치자 천호는 거목이 쓰러지듯이 일자로 넘어갔다.

“쿠웅~~!!”

“허억~~! 허억!!”

중훈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가 털어낸 땀이 캔버스 위에 후드득 소리를 내며 떨어졌을 정도로 그에게도 이번 싸움은 상당히 힘든 것이었다. 중훈은 주먹을 보고 쓴 웃음을 지었다.

‘젠장……, 며칠간은 주먹은 쓰지도 못하겠군.’

그의 주먹은 평상시보다 배는 커 보일만큼 부어있었다. 그는 링 밖으로 내려왔다.
체육관 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처음에 중훈이 넘어졌을 때와는 또 다른 반응이었다. 모두들 중훈이 일궈낸 결과에 입을 벌리고 대답을 못하고 있는 사이 단 한 녀석, 호걸만이 중훈에게 다가와 그를 끌어안고는 귓속말을 꺼냈다.

“저 녀석을 이기다니 정말 대단한 걸? 근데 쟤가 어떻게 수환일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아?”

남들이 보면 친한 친구사이처럼 보일 만치 호걸의 연기는 적절했다. 중훈의 낯빛도 그에 못지않게 비웃는 표정이 심해졌다.

“무슨 소리야?”

“걔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아?”

중훈의 손이 호걸을 안고 녀석의 뒷덜미를 잡았다.

“뒤지고 싶냐? 수환이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널 가만 두지 않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물론 솔직히 천호를 이긴 것은 의외였어. 뭐 상관없어. 일번타자가 진루하지 못한다고 경기가 끝나는 건 아니거든?”

“무슨 소리야? 빨리 말해!”

중훈의 목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변하자 호걸은 뒷덜미를 잡은 그의 손을 털어냈다.

“이거 좀 놓고 얘기하지?”

그와 동시에 호걸의 삐삐가 울어댔다. 녀석은 삐삐 번호를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

“수환이가 있는 곳이 어디매뇨? 아이고 이놈들 이제야 성공을 했는가보네……. 룰루랄라~~! 어떡할래? 따라올래? 아니면 그냥 있을래?”

“빈정거리지 말고 빨리 안내해!”

호걸은 무섭다는 표정을 지으며 엄살을 떨었다.

“아이고 무서워서 살겠나? 안 그래도 모셔갈 테니까 따라오기나 하셔? 근데 그건 알지? 내가 도망가면 어떻게 되는지? 아 참! 참고로 하나 더 말해둘 게 있어. 거기 현성이도 있을 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너한테 복수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녀석이더군. 솔직히 실력으로는 힘들 거 같아서 다른 수를 좀 썼지. 자식, 그 걸레 같은 년이 뭐가 좋다고……. 은영이란 애를 이용하니깐 앞뒤 안 가리고 따라왔다더라?”

중훈이 호걸의 멱살을 잡았다.

“이런 비겁한 새끼!!”

“그래, 난 비겁해! 너보다 힘도 없지. 힘이 없는 사람은 비겁하게라도 살아야지, 안 그래? 어디 칠 테면 쳐 봐!”

중훈은 치켜든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호걸은 중훈의 손을 풀고 계단을 내려와 체육관 입구에 있는 주차장으로 가고 있었다. 호걸은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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